외로움

Diary 2009. 12. 31. 23:27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에는 외로움을 느끼고 타인을 찾고, 타인이 있어야지만 의미를 가진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내뱉는 말은 그 어떤 감정을 품어도 혼잣말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지만, 타인과 함께할 때의 말은 사랑, 우정, 미움, 분노 그 모든 감정이 의미가 되어 나타난다. 마찬가지다. 행동도, 생각도, 나 자신의 존재도 모두 타인이 생김으로서 의미를 가지게 된다.

나 자신은 나를 존재하게 하는 유의미한 타인을 곁에 두고 있는지 다시 되물어본다. 그렇게 되물어보고 또 되물어봐도 지금 당장 내 옆에는 아무도 없다. 80바이트의 한정된, 얕은 의미가 진동을 일으켜도 내 존재의 의미를 진하게 하긴 역부족이고, 딩딩딩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익숙해야하지만 낯선 이름들과는 단어 하나의 소통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또 하나 생각해본다. 지금 당장은 아무도 없지만, 지금 내 얼굴 바로 옆엔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거리를 넘어서 시간을 넘어서 내 존재를 유의미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타이핑을 치는 내가 앉아 있을수도 없었을 테니까 라는 생각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회상.

한 친구는 나에게 말했었다
"언제나 누군가 함께 있을 순 없다고, 혼자임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그 당시엔 둘러보면 언제나 함께였다. 혼자일 땐 둘러보지 않고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함께임을 느꼈다. 언제나 함께 있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그건 내 힘으로 가능하다고, 나란 사람은 주위에 언제나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살아왔다. 그치만 언제나 라는 말은 불가능을 전제한다. 인생의 불확실성은 '언제나' 라는 말을 불가능으로 치환한다. 결국 난 지금 이렇게 혼자이다.

친구의 말을 다시 곱씹어본다. 그 친구는 나보다도 훨씬 무언갈 깨달았던 것 같다. 저 말 너머에는 믿음이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언제나 함께 있을 순 없지만, 언젠간 함께 할 수 있는 인연이, 타자가 있기에 혼자일 수 있고 혼자로 기다리는 시간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혼자이다. 그러나 혼자가 아닌 시간은 온다. 언제나 혼자는 아니다. 내 존재 이유는 그 시간에 있다라는걸 깨달았을 때 지금의 외로움은 외로움이 아니게 된다. 이 외로움에도 존재 이유를 대하기 위한 기다림이라는 의미가 생긴다.

그래서 한 해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날, 혼자여서 외롭지만 외롭지 않고 슬프지만 슬프지 않다.
Posted by 다크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