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카테고리 없음 2013. 11. 8. 20:56

아무도 없는

텅빈 샤워실에서

하얀 김 뭉개뭉개 피어나는

뜨거운 물을 맞이할 때

잠시 다른 세상에 있는 것만 같다.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새벽 동이 틀 무렵까지

살갗에 닿는 찬 공기 느끼며

밤새 걷고 걸었던

빛 하나 없던 밤길

함께있음은

찬 공기도, 불빛 없는 어둠마저도

아무 상관 없는 그저 사실로 만들어버렸고


아무도 일어나지 않던

주말 새벽

조용히 들어와

샤워실에서 틀었던

그 뜨거운 물 방울 방울


별다른 추억이 없는 너와의 이야기 속에서도

아직 하나 기억에 남아있는

살이 기억하는 촉각의 기억.

Posted by 다크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