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망령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나를 지배하고 있는, 10년도 더 된 망령. 더 이상 잊을래야 잊을 수도 없을, 너무나도 깊고 진하게 박혀버린 그 사람의 흔적. 떨쳐내려고 해도 떨쳐낼 수가 없다. 지금 현재가 행복했다면 금방 잊었을텐데. 나는 그 사람 이후로 그 사람만한 사람을 만나질 못했다. 그 어떤 누구도 그 사람만큼 나를 사랑해주지 못했다. 그 사람도 다른 사람과 다를 것 없을 거라는 깨달음이 있었다면 이리도 괴로워하고 그리워하진 않았겠지. 그렇지만 그 사람이 나에게 그런,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전, 내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고, 그렇게 우린 이별하게 되었다. 나는 영원히 어리석은 사람으로 남게 되었고, 너는 영원히 내 마음 속에서 완벽한 사람으로 남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나는 그 이후, 어떤 누굴 만나도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일수밖에 없었고,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악에 지쳐감과 동시에 완벽한 너를 계속해서 그리워할 수 밖엔 없는 것이다. 그때 너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내가 조금만 더 현명했다면 지금 이 불행은 오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평생 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다시 너를 만나서, 너도 평범한 사람이고, 너를 만났더라도 지금의 불행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덜 그리워하게 될까. 그치만, 지금 다시 너를 만나게 된다면, 너와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이번엔 서로 불행해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건, 내가 이제야 겨우 그때의 너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야 나도 준비가 되었다는 것. 우린 다시 만나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너무나도 강해서, 지금 나를 불행으로 이끄는 사람에 대한 원망만큼 10년도 더 된 과거 속의 완벽한 너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더 커져가는 것만 같다.

 

안다. 지금의 불행이 지나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너도 한동안 잊혀지겠지. 그렇지만 다시 불행해질수밖에 없는 걸 알기에, 너만한 사람과 살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불행으로 돌아올 것을 알기에 내 그리움도 아마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만 같다. 너를 다시 만나거나, 너와 닮은, 완벽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한은.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힘들 때면 떠올릴 수 있는 아름다운 기억을 내게 남겨주고 가서. 또한 미안하게 생각한다. 너의 추억을 내가 망쳐버린 것에 대해. 내가,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었을텐데. 그 시절 나에 대한 어리석음을 끝없이 원망할 따름이다.

 

 

 

youtu.be/S0Lg5SC8tQs

 

 

난 달라졌는데 완전한 새사람으로

그때의 네가 바랐던 바로 그 모습으로

결국엔 판명이 났어 

넌 좋은 사람이었고

이별은 참 다행이었어

Posted by 다크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