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라래에서 마주친 너를

네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

나는 왜 너라는 확신을 버리지 못하는걸까


아직도 네 얼굴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내가 너를 착각할 수 없다는 것을

내 이성이 아닌, 내 눈이, 내 마음이 알고 있어서일까


왜 하필 그 시간 그 장소일까

너는 왜 내가 휴가 나온 그날 대구를 왔고

나는 왜 차를 한 잔 더 마시고 그 시간에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을까

온갖 우연이 만들어낸 운명의 장난같은 이야기

너도 웃었고, 나도 웃었지

서로 인사하진 못했지만, 서로의 일행에게

우리가 서로를 보고 느낀 감정들을 이야기했겠지.

너도, 나도


참, 어찌 어찌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더 이상 마주칠 일 없을 거라고

세상이 좁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외나무다리에서 만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우리, 아직은 서로를 잊을 수는 없는 인연인가보다 생각했어.


하지만, 나는 정말로 5분만에 너를 잊었어.

하루종일 네 생각에 힘들어하는 것, 그게 이때까지의 내 모습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날은 네 생각이 더 이상 나지 않더라.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래서, 나는 너를 그 날 그 순간 이후로 다시 떠올리지 않은 걸지도 몰라.

너도, 그렇겠지?



너에 대한 진했던 후회와 회한의 기록이 남아있는

여기 이 블로그에 너를 보내는 마지막 글을 적어.

우리의 우연한 조우가

진짜로 우리의 마지막이 되길 바라면서.

행복하길 바랄께.

Posted by 다크샤인